책 리뷰 : <검은꽃> 김영하

카테고리 없음|2019. 8. 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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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 <검은꽃> 김영하

검은꽃검은꽃



김영하 라는 작가를 알게 된 것은 안타깝게도 책이 아닌 <알쓸신잡> 이라는 방송을 통해서 였다. 유시민 작가님을 포함한 다른 똑똑하신 분들과 함께 국내, 국외를 돌아다니면서 각자의 시각으로 알아두면 쓸데있고 신비한 잡학지식을 풀어주었다. 


유시민 작가님이야 원래 박학하다고 유명하신 분이니까 그렇다치고, 김영하 작가님은 방송을 보면서 하는 말씀 하나 하나를 듣자니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본인만의 철학이, 사상이, 감성이 있고, 그것을 조곤조곤 표현하는 능력이 역시 작가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경외심 마저 들게 한다. 그 동안 막연히 머릿 속에서만 멤돌던 생각들이 김영하 작가님을 통해 적당한 단어들로 주술 관계를 갖춰 만들어지는 경험은 신비하다.


그러나 정작 김영하 작가님의 책을 읽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 <여행의 이유>에 이어 <검은꽃>이 두 번째다. <여행의 이유>는 에세이 느낌이 강하니, 소설로서는 처음인 셈이다. 


사실 책에 대한 아무런 배경지식 없이 첫 장을 펼쳤다.

시대적 배경이며, 등장인물이며, 첫 장부터 술술 읽혀 나갔다. 


<검은꽃>은 크게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는 구한말 조선에서 배를 타고 태평양 건너 어딘지도 모를 멕시코 라는 나라로 1천여 명의 조선인이 멕시코드림(?)을 품고서 넘어가 겪게 되는 고난길에 대한 이야기를 다른다. 

2장에서는 각 등장인물들이 4년의 노예계약을 어떻게 극복 또는 순응하며 사는지에 대해서 언급한다. 수 많은 등장인물이 등장하지만 그래도 각자 강렬한 특성이 있어 헷갈리지는 않는다. 

3장에서는 4년 노예계약이 끝났지만 고국에 돌아가지도 못하고, 이제는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멕시코 현실에 순응해 버린, 그리고 고국을 그리워 하는 이주민들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소설은 끝이 난다. 


중간쯤 읽다가 혹시나 싶어서 인터넷에 찾아보니 아뿔싸 실제 이야기를 허구적인 인물에 빗대어 소설로 만든 것이란다. 하와이 이민자 이야기는 들어봤으나 멕시코는 처음 들었으며, 더 놀라웠던 것은 이민자들이 4년 동안 노예계약으로 고생했던 곳 바로 옆에 신혼여행지로 유명한 칸쿤이 있었다는 것. 지금은 많은 신혼부부들이 멕시코의 태양을 선글라스로 가리며 휴양을 즐겼던 곳이 100여년 전에는 등가죽이 타는 듯한 고통을 참고 노예로 일했다는 것이 숙연해진다. 


양반에서부터 노예까지, 무당에서 신부까지.

다양한 직업, 신분, 연령의 조선인이 아무런 정보 없이 멕시코로 이민해서 고생하는 내용을 읽으면서 궁금증이 생긴다. 과연 내가 그 당시에 살았더라면 나는 이민선을 탔을까. 과연 나는 수개월의 항해 중에 어떠한 일을 했을까. 새로 바뀐 환경에 금방 적응했을까. 아니면 반항했을까. 도망갔을까. 다른 조선인들을 짓밟고 올라갔을까. 아니면 짓밟혔을까. 


가장 인상적이었던 인물은 양반 이종도의 아들 이진우다. 

조선 왕조 500년의 역사를 자부하는 이씨 가문의 이종도. 양반이라는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신분을 고집하며 논어 책만 붙들고 있는 아버지와 달리 아들 이진우는 일단 살기 위해서 스페인어를 배운다. 언어가 권력이라는 것을 깨닫고 비굴하게 언어를 배운다. 언어를 배우기 위해서 누나를 파는 것이 아니라는 자기합리화까지도 저지르면서. 그리고 그렇게 배운 언어를 사용해서 결국 다른 조선인을 착취하는 중간계급이 된다. 


각자의 처한 상황에서 어느 하나 이해가 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나는 또 나대로 내가 처한 상황에 맞게 살아가겠지. 지금도 그렇게 살아가고 있듯이. 


검은꽃 이라는 제목은 역설적이다. 검은색 꽃이 있었던가. 모든 물감을 다 합쳐야 나오는 검은색에 꽃이라는 이상. 그것은 100여년 전 먼 곳으로 이상을 찾아서 떠나간 군중들을 뜻하는 것은 아닐까 한다. 


담백하게, 속도감 있게, 깔끔하게 잘 읽은 김영하 작가님의 첫 소설 후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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