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키즈의 생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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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키즈의 생애


징역 30년. 1995년 전두환 씨에게 내려진 1심 사형선고 이후 전직 대통령에게 내려진 가장 강력한 구형입니다. 이에 맞물려 가치 있는 헌법과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 한국의 시민을 기리는 예술 작품들이 쏟아져나왔죠. 


2016년의 변화를 예고했고, 그 뿌리가 된 87년을 얘기하는 작품들 말입니다. 하지만 본 PD는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이었습니다.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저의 감수성 넘치는 시절은 호헌철폐 운동이 아닌 금모으기 운동과 함께 흘러갔지요. 지금의 30, 40대가 뚫고 나온 IMF 시대. 우리를 어떤 사람으로 바꾸어 놓았을까요. 

IMF에 청년기를 보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한 신간 'IMF 키즈의 생애' 의 저자와 함께 한국인의 앞으로의 삶을 예측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IMF 키즈의 생애IMF 키즈의 생애



IMF세대를 뚫고 나온 가장 힘든 인생을 살아온 사람들은 지금의 50, 60, 70대입니다. 직장을 잃고 사업이 날아가고, 그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던진 동료들이 주변에 많았던 사람들 말입니다. 그 분들의 이야기는 회식에서, 명절에서 많이 접해 들었습니다. 


지금 전해 드릴 이야기는 조금 다릅니다. 10대와 20대 초반 시절을 정직하게 일하면 집도 살 수 있고, 성공할 수 있었던 시대에서 완벽히 변화한, 그래서 어른들이 허둥지둥 헤매고, 실패의 늪에 빠져서 허우적 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커 온 세대입니다. 70대 말에서 90년대 초에 태어난 사람들의 이야기 입니다. 



1997년 여름 말레이시아, 태국 등 아시아 신흥개발도상국을 강타했던 외환위기가 몇 달 안가서 한국을 덮쳤습니다. 그 크기는 아시아의 다른 국가들을 압도하는 수준이었습니다. 안그래도 안좋은데 달러 금리 인상도 생겨서 갚아야 할 돈이 불었고, 그걸 갚느라 수출을 더 해야 하는데 원화의 평가절하를 결정하게 됩니다. 이에 따라서 갚아야 할 돈이 늘어납니다. 


조선일보는 틈만 나면 우리 경제 위기 아니다, 우리 경제 문제 없다 라는 헤드라인을 굳이 1면에 뽑아서 신문을 내던 1997년 11월. 김영삼 대통령은 지금은 뒷 이야기가 어느정도 공개가 됐죠. 새 대통령 오기 전에 욕을 먹어 두자 라며 할 수 있는 마지막 성의를 보이는데요. 그게 11월 21일 IMF 구제금융 신청이었습니다. 


IMF는 IMF의 210억 달러를 포함해서 국제기관들에서 끌어모은 320억 달러를 지원하면서 고금리, 구조조정, 공기업 및 공공재 영리화를 제대로 하라는 조건을 내겁니다. 한국통신, 가스공사, 담배인삼공사가 민영화되고, 원달러 환율이 사상 처음으로 2,000원을 넘었을 때입니다. 국민1인당 외채부담은 580만 원에서 2,400만 원으로 4배가 좀 넘게 뛰었습니다. 재계 서열 2위 대우 그룹, 재계 서열 24위 한미 그룹을 포함해서 미도파, 진로, 쌍방울, 나산그룹, 삼양식품 등이 줄줄이 도산 혹은 새로운 주인의 소유가 됩니다. 공공부문 인력 15만 명을 포함해서 연구기관에 따라서 최대 460만 명까지 97년 초에서 98년 말까지 직장을 잃었습니다. 




이러한 외환위기 파도가 휩쓸던 98년 2월 마지막 주에 저는 대학을 들어갔습니다. 선배들은 계속 투쟁 얘기 밖에 할 줄 모르고, 대통령을 욕해야 하는데 새 대통령으로 바뀌었으니까 새 대통령을 욕하고 있고요. 


그러나 그 사람들이 2, 3년이 지나자 점차 변했습니다. 과방에 3, 4학년들이 아예 사라졌습니다. 그게 2000년대 초중반입니다. 그리고 후배들은 저희에 비해서도 좀 많이 달랐습니다. 1학년은 원래 학사 경고 한 번 받는거다~ 라는 말이 더이상 통용되지 않는 시대가 왔습니다. 1학년들 왜이렇게 공부 잘해? 라는 말들이 오고 갔습니다. 지금은 그런 말 같은 거 없습니다. 대학생은 원래 공부를 잘 해야 하니까요. 


저는 계속 음악을 했었기 때문에 음악 하는 사람들은 80년대나 90년대나 2000년대에도 못 먹고 못 살았던 것은 매한가지였습니다. 삶이 달라진 게 없었는데 이제 돌이켜 와서는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면 그 때 부모님께 무슨 일이 있었다. 누가 자살했다. 우리 회사가 어디에 넘어갔다를 선배들에게 들었다 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돈이 우리 삶을 바꾸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것은 누구나 잘 알고 있습니다. 경험을 통해서요. 근데 이 돈 문제가 온 국민을 휘감았는데 우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라는 고민을 하는 기사는 몇 번 봤지만 책은 처음 봅니다. 




뉴스나 기사에서 다루는 내용은 내 주변의 사람들이 어떻게 바뀌었나 보다 더 중요하게 내 주변의 사람들이 경제전쟁에서 어떻게 상의 용사가 되어 돌아왔냐, 주로 그런 이야기 였습니다. 40대에게는 물리적인 아픔이었는데 30대에게는 정신 세계를 바꿔 놓은 경험이었을 것입니다. 성인들은 사회 생황이었으나 30대들은 교육의 대상이었을 때 이 상황을 맞이했으니까요. 지금의 IMF세대가 겪은 것과 IMF 키즈가 겪은 것은 어떻게 다를까요. 




IMF 키즈한테는 IMF 이전에 있었던 민주화 이후에 일시적으로 있었던 소비문화가 왕성하게 이루어지며 올라가던 시기에 뭔가 갑자기 딱 온 외부의 충격으로써 브레이크가 걸리는 사건으로써 IMF를 경험한 것이 아니라 뭔가 있었고, 나중에 자신이 사회에 나가고 나서 사회경험을 했을 때 부모님이 경험했던 생애주기 서사 및 삶의 전망 같은 것들이 머릿 속으로는 그게 어떤 건지 알고 있는데 막상 나와보니까 우리의 현실과 하나도 안맞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그럼 왜 그럴까 어디가 어긋난 걸까 생각했을 때 사후적으로 발견되는 일이었던 것입니다. 사후적으로 느끼게 되는 감각상의 차이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어렸을 때 가지고 있었던 것은 그저 당연하게 여깁니다. 왜냐면 어렸으니까요. 뉴스에서 우울한 이야기가 많이 들려오지만 원래 뉴스라는 것은 우울한 이야기를 하는 매체니까요. 원래 기업이란 도산하나보다 하고요. 그리고 나서 내가 20대 후반이 되어 직장에 들어와보니 어른들이 이야기 해 주는 사회랑 너무 다른 것입니다. 그리고 어떤 모델로 삼았던 생애 기획이 안되는 것입니다. 


1980년대는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상징인 적금 같은 것이 있었지요. 돈의 가치가 나를 딱히 배신하지 않았고, 적금을 몇 년 부으면 집을 샀고, 그 시절의 이야기를 자랑스럽게 해주는 부모님들이 키운 내가 사회에 딱 나갔을 때 만났던 사회에 대한 이야기가 이 책에는 있습니다. 


기성세대가 입은 금전적인 피해를 기록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쉬운 일 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또 그렇게 해 왔고요. 뒤집어서 삶에 스며든 흔적을 찾는 것은 너무 어렵습니다. 누가 더 불행한가를 비교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불행 서사 배틀이 아니니까요. 


할아버지 세대의 삶을 물어보면 전쟁의 아픔이 나올 것이고, 그거 보다 조금 어린 세대에 물어보면 IMF에 직접 망한 이야기가 나올 것입니다. 그리고 IMF 키즈들은 전쟁을 겪고 난 폐허에서 살아온 이야기 입니다. 보통은 바빠서 이 연구 안합니다. 


흥미로운 책이 될 것 같습니다. 

읽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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